선시(禪詩)

重陽次王半山韻 중양차왕반산운 / 淸虛休靜(청허휴정)

경성 성진 (鏡惺 聖眞) 2022. 10. 8. 07:25

 

重陽次王半山韻  중양차왕반산운 
/ 淸虛休靜(청허휴정)

滿城風雨過園林 만성풍우과원림     
一掬周盈萬片金 일국주영만편금    
瞥眼流光餘幾日 별안유광여기일
好天明月可人心 호천명월가인심    

°중양절에 왕반산의 시에 차운하여
성 가득 비바람이 원림을 지나더니
한 움큼 주영(국화)이 (나부껴 떨어져) 만 조각 황금이네
눈 깜짝할 사이 흐르는 세월 며칠이나 남았나
좋은 날씨에 밝은 달 사람 마음에 좋은데

* 解譯(해역) : 鏡惺 聖眞 (경성 성진)


이 게송을 이해하려면
송(宋)나라 왕안석(王安石)의 시(詩) "잔국(殘菊)" 中
다음에 나열하는 두 구절을 먼저 알고 있어야 한다.
風雨 園林 周盈(菊) 金 단어와 내용이 다음의 두 구절에서
차용되었기 때문이다.

黃昏風雨打園林 황혼풍우타원림
殘菊飄零滿地金 잔국표령만지금
황혼에 비바람이 원림에 때려 치더니
시든 국화 나부껴 떨어져 땅에 황금이 가득찼네

■ 重陽 중양 
음력 9월 9일
~ 홀수(양,+)인 9가 두번 겹쳐서 중양

■ 半山 반산
왕안석(王安石)의 號 

■ 周盈 주영
~ 국화의 다른 명칭

■ 園林 원림 
1. 집터에 딸린 수풀
2. 정원(庭園) 과 숲
~ 자연 원림요소로는 화초와 나무, 돌과 물, 누정 등이며 
원림을 만드는 주체에 따라 궁궐원림(宮苑),
사찰원림(禪苑), 사가원림(私家園林)으로 나눌 수 있다.

■ 瞥眼 별안
눈 깜짝할 사이


◇ 왕안석(王安石)의 시(詩) "잔국(殘菊)" 원문 

黃昏風雨打園林 황혼풍우타원림
殘菊飄零滿地金 잔국표령만지금
折得一枝猶好在 절득일지유호재
可憐公子惜花心 가련공자석화심

황혼에 비바람이 원림에 때려 치더니
시든 국화 나부껴 떨어져 땅에 황금이 가득찼네
그대로 운 좋게 존재하는 한가지 꺽어 손에 넣은
공자의 꽃을 아끼는 마음이 가련하구나


이 시에 대하여 소동파(蘇東坡)와
황국(黃菊)과 황주(黃州)에 얽힌 일화가 있는 바
어떤 일로 왕안석의 집을 방문한 소동파는
왕안석의 서방에서 대기하고 있던 중
우연히 잔국 앞 두 구절을 읽은 소동파는 
"국화는 가을바람이 불어도 절대로 땅에 떨어지지 않는다"고 
그때 까지는 알고 있었기 때문에 붓을 손에 들어 
다음과 같이 두 구절을 써서 두고 왔었는데

秋花不比春花落 추화불비춘화락
說與詩人仔細吟 설여시인자세음
가을꽃은 떨어지는 봄꽃과 다릅니다
풀어서 밝히니 사람이 시를 읊을 때는 자세히 하십시요

이 두 구절을 읽은 왕안석은

소동파의 공부가 부족하고 행동 또한 무겁지 않다 여겨
소동파를 황주(黃州) 단련부사(團練副使)로 임명 좌천
소동파가 그곳에 기거할 시 중양절(重陽節)이 돌아왔는데
소동파는 정혜원(定惠院) 주지(住持)가 
여러 종류의 황국화씨를 보내 준 것을 뒷뜰에 심었었는데.
뒷뜰에 나아가 황국화꽃을 감상하려
소동파가 뒷뜰에 가보니 
국화꽃은 어느새 땅바닥에 떨어져 
국화꽃 가지에는 꽃 한송이 없고 
뒷뜰에 황금으로 포장해 놓은 듯한 풍경을 보았다 한다

이 광경을 보고서야 
왕안석은 소동파에게 황주 단련부사로 좌천시킬 시
”한가무사(閑暇無事), 환요독서박학(還要讀書博學).” 
”일이 없어 한가할 것이니,
요약하면, 독서하여 박학해진 다음 돌아 오시요”란 
말의 의미를 진심으로 느꼈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