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집안 살림 이야기

경성 성진 (鏡惺 聖眞) 2009. 1. 29. 23:27

 

 저의 불문집안 사조(할아버지)스님인 벽초스님께서 법을 전하신 은사스님인 혜우스님께 내리신 유훈은 "죽을 때 까지 네 밥은 네가 해 먹어라" 입니다.

 

 벽초스님 몸소 입적하시기 바로 전까지 본인의 공양은 직접 해드시다 입적하셨기 때문에 죽기 전 까지 자기 밥은 자기가 해 먹다 죽는 것이 저의 불문집안의 가풍 비슷하게 되어 버렸습니다. 이 말의 깊은 속 뜻은 "죽을 때 까지 공부하다가 죽어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은사스님은 저에게도 니 밥은 니가 죽을 때 까지 해 먹어라고 말씀을 하십니다.

 

 사조인 벽초스님께서 수덕사 어른을 하시던 옛날 절집안이 어려웠을 시 벽초스님께서는 절에 학생들 수학여행단을 유치 직접 숙식을 제공하면서 거기에서 나오는 수익금으로 공부에 열중하던 수좌(수행자)들 뒷 수발을 하셨기 때문에 음식에도 조애가 무척 깊으셨다 합니다.

 

 은사스님의 말씀을 빌리면 산 들 천 바다에서 나는 모든 재료를 가지고 음식을 장만하셨다 하는데 모르시는 음식이 없으셨고 못하시는 음식이 없으셨다 합니다. 은사스님께서는 사조스님께서 하실 줄 아시는 음식을 할 줄 모르시면 참 부끄러웠다고 회고 하신 바 계신데, 저는 그 말씀을 듣고도 할 줄 아는 음식이 몇 가지 되지 않았어도 부끄러운 줄을 몰랐으니, 배운다는 수행자로서의 자세도 문제가 있고, 선천적으로 게으르게 태어나 몸이 둔한 놈이 그 둔한 몸을 부끄러워 할 줄 도 몰랐으니 제가 문제가 많아도 한 참 많은 놈인 것은 사실인 모양입니다.

 

 "수행자 생활을 하는 사람은 제일 먼저 혼자서 해 먹고 지낼 줄 알아야 한다"고 말씀하시며 둔한 저에게 "혼자서 해 먹고 살 줄도 모르는 놈이 무슨 수행이냐?" 라며 공양시간 때마다 할방을 치시던 은사스님은 잘 아는 주변분들로부터 스님을 하지 않으셨으면 호텔주방장을 하셨을 것이란 농을 들으실 정도로 음식에 조예가 깊으시고 행여 암자에 신도가 방문이라도 하면 본인의 음식솜씨를 그 시절에 맞게 마음 껏 펼쳐보이시고 음식이 맛이 있다고 하면 어린아이처럼 무척이나 좋아 하셨습니다.

 

 이런 스님께서 배움의 자세도 되어있지 않고 둔하고 게으르기 까지 한 저를 얼마나 갑갑해 하셨을까 생각하면 실소 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산 들 천 바다에서 음식의 재료를 준비하며 계절의 순환을 보며,

 시장을 보면서 시류의 인심과 흐름과 상인들의 상술과 성공과 실패 요인등을 보며,

 음식을 하거나 담을 그릇을 준비하며 그 음식에 맞는 그릇을 찿을 수 있는 사람의 용인술을 보며,

 식재의 재고처리를 하면서 경제행위도 아울러 보게 됩니다.

 

 살림은 혼자서 사나 열명이 사나 살림살이 준비행위는 똑 같습니다.

 혼자 살던 곳에 갑자기 도반이나 신도등이 올 수 있기 때문에 살림살이 준비는 미리 되있어야 하니까요.

 

 혼자서 수행자생활을 하는 것은 생활의 만능박사가 되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이런 준비가 된 사람은 어디서 무엇을 하던지 자기생활은 유지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요즘은 저의 은사스님과 같이 열정적이고 부지런하신 분들이 많지 않아 본인의 식생활을 본인이 직접 해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란 말이 있다 하는데 요즘 시국은 저와 같이 게으르고 둔하고 배움도 없어 저 처럼 제 밥도 제가 해 먹지 못하는 사람들이 저 처럼 수행한다고 설쳐대는 세상은 아닌지 다시금 되돌아 봅니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노장님 요즘근황  (0) 2009.03.05
[스크랩] 님이 오시려나 보다.  (0) 2009.03.03
계룡산   (0) 2009.01.18
새해에는 빛이 되게 하소서!  (0) 2009.01.01
신년 인사  (0) 2008.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