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 자 (種 子) - 씨앗
/ 데라야마 슈지(寺山 修司)
그대는
더없이 황량한 토지라 하여도
씨앗을 뿌릴 수 있겠습니까?
그대는
꽃이 피지 않는 고향의 물가라 하여도
씨앗을 뿌릴 수 있겠습니까?
그대는
흐르는 물 가운데라 하여도
씨앗을 뿌릴 수 있겠습니까?
만약
세상의 마지막이 내일이라 하여도
씨앗을 뿌릴 수 있겠습니까?
연인이여
씨앗은 나의 사랑
* 해인풍수 인용
청양(靑陽) 장곡사(長谷寺)에서의 어느 날이었다. 경허 스님이 곡차를 잘 드신다는 소문을 듣고 인근 마을 사람들이 곡차와 파적을 비롯한 안주 여러 가지를 정성껏 마련해 가지고 스님께 바쳤다.
마을 선비들과 술자리가 무르익은 뒤 옆에 앉아 있던 만공 스님이 큰스님의 법문을 듣고자 넌지시 한 말씀 여쭈어보았다.
'스님, 제가 한가지 여쭈어 볼 말씀이 있습니다. 스님, 저는 술이 있으면 마시고 또 없으면 마시지 않습니다. 또 파전도 마찬가지입니다. 파전이 생기면 먹고, 그렇지 않으면 먹지 않습니다. 이렇게 저는 일부러 구하지는 않지만 생긴 것은 버리지도 않습니다. 스님께서는 어떠하신지요?'
질문을 마친 만공스님은 스승이 어떻게 나오는가 싶어 가만히 스승의 대답을 기다렸다.
'하하하하하하하....'
잠시후 웃음을 그친 스승은 얼굴은 조금전 얼큰하게 술이 취해 풀어진 모습이 아니었다.
"허어, 자네는 벌써 그런 무애(無碍) 경계에 이르렀는가. 나는 그렇지를 못하여 술이 먹고 싶으면 제일 좋은 밀씨를 구하여 밀을 갈아 김을 매고 가꾸어 밀을 베어 떨어져 누룩을 만들어 술을 빚고 걸러 이렇게 먹을 테야. 또 파전이 먹고 싶으면 파씨를 구하여 밭을 일구어 파를 심고 거름을 주며 알뜰히 잘 가꾸어 이처럼 파전을 부쳐 가지고 꼭 먹어야 하겠네."
이 말씀에 만공 스님은 등에서 땀이 나면서도 오싹해지고, 정신이 아찔하며 자기의 견해가 너무 얕고, 스님의 경지는 하늘같이 높아서 상대가 아님을 알고 스님의 무애 역행(無碍逆行)하시는 도리를 깊이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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