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조명(默照銘)
/굉지선사(宏智禪師)
默默忘言 昭昭現前
묵묵망언 소소현전
묵묵히 언어가 끊어짐이여,
밝고 또렷하게 앞에 드러남이로다.
鑑時廓爾 體處靈然
감시확이 체처영연
거울처럼 밝게 비칠 때에 툭 트임이여,
본체의 처소(본분자리)는 신령스럽구나.
靈然獨照 照中還妙
영연독조 조중환묘
신령스럽게 홀로 비춤이여,
비추는 가운데 도리어 미묘함이여!
露月星河 雪松雲嶠
노월성하 설송운교
이슬에 잠든 달과 은하수에 목욕하는 별이요,
눈 덮인 소나무와 구름으로 된 다리로구나.
晦而彌明 隱而愈現
회이미명 은이유현
어두울수록 더욱 밝아지고
숨으려 할수록 더욱 드러남이로세!.
鶴夢煙寒 水含秋遠
학몽연한 수함추월
학이 꿈꾸는 안개 속 차가운 밤에,
물이 가을의 먼 정경까지 머금었고,
浩劫空空 相與雷同
호겁공공 상여뢰동
무한한 세월 속에 텅텅 비었지만,
서로 어울림이 우레와 같구나.
妙存默處 功忘照中
묘존묵처 교존조중
미묘함은 침묵 속에 존재하고,
공(功)은 비추는 가운데 잊혀지네.
妙存何存 惺惺破昏
교존하존 성성파혼
미묘함은 어디에 존재하고 있는가?
또렷또렷하게 혼침(昏沈)을 깨야하나니,
默照之道 離微之根
묵조지도 이미지근
묵묵히 비추는 도는
이미(離微)의 근본이니
徹見離微 金梭玉機
철견이미 금준옥기
이미(離微)를 꿰뚫어 살피면,
황금북이 옥 베틀에 오가고
正偏宛轉 明暗因依
정편완전 명암인의
정(正)과 편(偏)이 완연히 굴러,
명(明)과 암(暗)이 의지함으로 인해서
依無能所 底時回互
의무능소 저시회호
의지함에 능(能)과 소(所)가 없음이여,
그 때에야 서로 하나로 돌아 가리라!
飮善見藥 과塗毒鼓
음선견약 과도독고
선견약(善見藥)을 마시고
도독고(塗毒鼓)를 두드린다.
回互底時 殺活在我
회호저시 살활재아
묵(默)과 조(照)가 서로 잘 어울릴 때에
죽이고 살려냄이 나에게 달려있고
門裏出身 枝頭結果
문리출신 지두결과
근진(根塵)의 문에서 뛰쳐나가면
가지마다 열매가 맺으리라.
默唯至言 照唯普應
묵유지언 조유보응
침묵만이 오로지 지극한 말이 되며
비춤만이 오로지 널리 응하는 것이니
應不墮功 言不涉聽
응불타공 언불섭청
응하되 공(功)에 떨어지지 말고
말하되 듣는 것에 동요되지 말라.
森羅萬象 放光說法
삼라만상 방광설법
이 세상 모든 것이
빛을 발하며 설법하고
彼彼證明 各各問答
피피증명 명명문답
저마다 증명하며
각각 묻고 대답하는구나!
問答證明 恰恰相應
문답증명 흡흡상응
묻고 대답하며 증명하면
흡족하면서 서로 응하나
照中失默 便見侵凌
조중실묵 변견침릉
비추는 가운데에 침묵을 잃으면
문득 침범되어 능멸을 당하리라.
證明問答 相應恰恰
증명문답 상응흡흡
증명하며 묻고 대답하면
상응(相應)하여 기쁨 가득하나
默中失照 渾成剩法
묵중실조 혼성잉법
침묵 가운데에 비춤을 잃으면
흐려져서 남은 법을 이룬다네!
默照理圓 蓮開夢覺
묵조이원 연개몽교
묵(默)과 조(照)의 이치가 원만하면
연꽃이 벌어지듯 꿈에서 깨어나고
百川赴海 千峰向岳
백천부해 천봉향악
여러 줄기 강물이 바다에서 만나고
천 갈래 봉우리가 큰 산을 향하는 듯
如鵝擇乳 如蜂採花
여아택유 여봉채화
거위가 물에서 젖을 가려내듯,
꿀벌이 꽃에서 꿀을 모으듯
默照至得 輸我宗家
묵조지득 수아종가
묵(默)과 조(照)가 지극할 수 있으면
우리 종가의 가르침은 계승되리라.
宗家默照 透頂透底
종가묵조 투정투저
우리의 가르침 묵조(默照)로
유정천을 꿰뚫고 아비지옥까지 꿰뚫어서
舜若多身 母多羅臂
순야타신 모다라비
텅 빈 몸으로 자유자재 두루하며
자비의 손 닿음이 한량없으리.
始終一揆 變態萬差
시종일규 변태만차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로서 살피면
변화하는 모습의 천차만별 깨달으니
和氏獻璞 相如指瑕
화씨헌박 상여지가
화씨(和氏)가 옥을 헌납함과
상여(相如)가 옥의 티를 가리켰듯
當機有準 大用不勤
당기유준 대용불근
근기(根機) 따라 준거가 있으매
크게 쓰는 이는 힘들 일 없으리니
환中天子 塞外將軍
환중천자 색외장군
서울에 있으면 천자가 되고,
변방에 있으면 장군이 되리로다.
吾家底事 中規中矩
오가저사 중규중구
우리 가풍의 일은
법규에도 맞고 굽은 것에도 맞으니
傳去諸方 不要잠擧
전거제방 불요잠거
모든 곳에 전해 주어라
속이는 거양(擧揚)에 말려들지 말라.
*修證一如 (굉지선사)
渠非修證本來具足 他不染汚徹底淸淨
그 자리는 수행과 증득의 대상이 아닌 본래 구족되어 있는 것.
그 자리는 물들거나 더러움이 없이 철저하게 맑고 깨끗한 것.
正當具足淸淨處 着得正眼
바로, 구족과 청정의 당처에서 바른 눈을 얻으면
照得徹 脫得盡 體得明 踐得穩
훤히 비춤에 모자람이 없고, 해탈에 漏가 없으며,
체달함이 밝고, 발길 닿는 곳마다 안온하다
死生元無根蒂 出沒元無朕跡
나고 죽는 것이 원래 뿌리도 없고 꼭지도 없으며
생기고 없어짐도 원래 자취가 없다.
本光照頂其虛而靈 本智應緣雖寂而耀
본래의 광명이 온몸을 환하게 비추는데 그 텅 빈 모습이 신령스럽고,
근본의 지혜로 인연에 응하면 고요하지만 빛이 난다.
眞到無中邊絶前後 始得成一片
참으로 가운데와 가장자리, 앞과 뒤가 끊어진 그 자리에 이르면
비로소 진리의 한 가닥을 얻어서
根根塵塵在在處處
내 몸과 바깥 경계, 모든 시간과 공간에서
出廣長舌 傳無盡燈 放大光明 作大佛事
광장설도 낼 수 있고, 다함없는 등불도 전승하고
진리의 큰 광명을 놓으며, 깨달음의 큰 불사도 짓는다.
元不借地一毫外法 的的是自家屋裏事
원래 한 터럭만큼도 밖에서 빌려 온 것 아니고
또렷이 밝은 그대로 자기 집 안 일이다.
* 굉지 정각 | 宏智 淨覺 ( 1091 ~ 1157 )
중국 송나라 때 조동종(曹洞宗)의 승려로 그의 선풍은 묵조선(默照禪)이라 불린다. 이는 묵묵히 ‘좌(坐)’함으로 내면적인 자유의 경지에 이르는 선을 의미한다. 저서에 《능엄회해(楞嚴會解)》가 있다.
호 : 참부(僭夫)
본명 : 인악(仁岳)
별칭 : 칙시(勅諡) 굉지선사(宏智禪師)
국적 : 중국 송(宋)
활동분야 : 종교
출생지 : 중국 오흥(吳興)
주요저서 : 《능엄회해(楞嚴會解)》,《중문기(重聞記)》
오흥(吳興) 출생. 호 참부(僭夫). 사호(賜號) 정각. 칙시(勅諡) 굉지선사(宏智禪師). 이름 인악(仁岳).
어려서 출가하여 단하 자순(丹霞子淳)에게 사사, 그 법통을 이었다.
처음에 출가하여 쓰밍[四明] 보조사(普照寺)에 들어가 법지(法智) 문하에서 공부하고 독립하여 일가를 이루었는데, 이를 산외파(山外派)라고 불렀다.
1129년 천동산(天童山)으로 옮긴 이후 30년 동안 계속 머물며 조동의선풍을 드높였는데, 그의 선풍을 묵조선(默照禪)이라 하여 대혜종고(大慧宗杲)의 간화선(看話禪)과 대조한다.
간화선이 선의 공안(公案)을 보고 참구(參究)를 거듭하면서 종국적인 대오(大悟)를 기대하며 좌선을 하는 데 비하여, 묵조선은 공안 없이 오로지 좌선만을 계속함으로써 내면적인 자유의 경지에 이르는 적묵영조(寂默靈照)의 선을 의미한다.
즉 묵묵히 ‘좌(坐)’하는 데에 그 진면목이 있다.
저서에 《능엄회해(楞嚴會解)》(10권) 《중문기(重聞記)》(5권) 《미타경소(彌陀經疏)》(2권) 《송고백칙(頌古百則)》 등이 있다.
굉지정각(1091 - 1157)은 대혜종고와 더불어 송대의 선종을 대표하는 선사이다.
그는 조동종의 묵조선을 대성한 사람이다.
산서성의 습주습현의 출신으로 속성은 이씨 11살에 고향의 계명사에 출가하였으며 자운사에서 구족계를 받았고, 단하자순(1064 - 1117)의 문하에서 수학하여 깨닫고 그의 법을 잇게 되었다.
굉지의 선사상은 묵조선이라 하겠다.
굉지의 묵조명에는 "묵묵히 일체의 언어를 끊고 좌선할 때 불성의 영묘한 작용이 분명히 깨달음의 세계로서 그대로 드러난다.
비출때는 확연하여 텅비어 있지만 그불성의 본체는 영묘히 작용하고 있다.
깨달음의 세계는 언어와 분별을 초월하고 있다.
그것은 묵묵히 좌선하는 곳에 있으며 방편인 좌선은 깨달음의 세계에 자취를 남기지 않는다.
묵묵히 좌선할 때가 바로 지극히 뛰어난 언어를 표현하는 것이며 깨달음은 법계에 널리 비추고 있다.
묵묵히 좌선할 때에 삼라만상이 모두 광명을 놓아 설법하고 증명하며 잘맞아 하나가 되어 상응할 때 깨달음으로 비춘 세계(照)에 禪(默)이 없으면 곧 미혹하게 된다.
묵묵히 좌선하는 가운데 깨달음의 비춤이 없으면 모두 지나친 것이 된다.
묵조의 이치가 원만할 때에 연꽃이 피고 꿈에서 깨어나 그것은 마치 百千의 강이 바다로 흐르듯이 묵조일여의 세계를 체득하면 우리 宗家에 간신히 도착하는 것과 같다.
우리 종지인 묵묵히 비추는 깨달음의 세계는 하늘에서 지옥에 까지 비추고 있다 라고 하여 默(묵)은 언어나 분별을 떠난 세계, 照(조)는 텅비어 분명하여 스스로 비추니 애써 마음 쓸일 아니고 생각으로 헤아릴 곳 아니니 의식과 망정으로 측량키 어렵다." 라고 했다.
원래 묵조는 조론에 "성인은 깊은 마음으로 묵묵히 비춘다" 라고 본래 명상을 의미한다.
宋代의 조동종에서는 당대의 전통적인 조사선의 정신을 이러한 좌선의 실천으로 새롭게 체계화하여 묵조선을 전개하였다.
즉 묵묵히 좌선하는 가운데 영묘한 마음의 작용이 있다고 하는 것이 묵조선의 요지이다.
* 해인풍수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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