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괴물 / 최영미

경성 성진 (鏡惺 聖眞) 2018. 2. 7. 21:07






물질(자본) 아니면 패거리가
사람의 가치평가의 기준이 되고있는
작금에 있어
"자기들이 먹는 물이 똥물인지도 모르는
불쌍한 대중들"이라는
최영미 시인의 "괴물"에서의 독백이
단지 "문단"만의 문제일까요?

최영미 시인 인터뷰 내용 中
~ "문단이 이런 곳인줄 알았다면
    내가 여기 들어왔을까 싶었다."



괴물
 / 최 영미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
문단 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

K의 충고를 깜빡 잊고 En선생 옆에 앉았다가
Me too
동생에게 빌린 실크 정장 상의가 구겨졌다

몇 년 뒤, 어느 출판사 망년회에서
옆에 앉은 유뷰녀 편집자를 주무르는 En을 보고,
내가 소리쳤다
"이 교활한 늙은이야!"
감히 삼십년 선배를 들이받고 나는 도망쳤다
En이 내게 맥주잔이라도 던지면
새로 산 검정색 조끼가 더러워질까봐
코트자락 휘날리며 마포의 음식점을 나왔는데,

100권의 시집을 펴낸
"En은 수도꼭지야. 틀면 나오거든
그런데 그 물이 똥물이지 뭐니"
(우리끼리 있을 때) 그를 씹은 소설가 박선생도
En의 몸집이 커져 괴물이 되자 입을 다물었다

자기들이 먹는 물이 똥물인지도 모르는
불쌍한 대중들

노털상 후보로 En이 거론될 때마다
En이 노털상을 받는 일이 정말 일어난다면,
이 나라를 떠나야지
이런 더러운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아

괴물을 키운 뒤에 어떻게
괴물을 잡아야 하나

<황해문화> 2017년 겨울(97)호


남들 잘 가지않는
"좁은문"인 "진리의 문"으로 들어서시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셔서
"자등명"하시길 지극한 마음으로 서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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