幽居偶吟(유거우음)
유거하면서 우연히 읊다
/ 枕肱懸辯(침굉현변)
莫笑生涯薄 막소생애박
腰懸一小刀 요현일소도
騰騰天地內 등등천지내
處處盡吾家 처처진오가
나의 삶이 박복하다고 비웃지 마오
허리에 작은 칼 하나 차고 있다오
천지 안에서 기세등등하니
곳곳이 모두 나의 집이라오
* 解譯 : 鏡惺 聖眞
■ 幽居 유거 쓸쓸하고 궁벽한 곳에서 사는 일. 또는, 그런 곳에 있는 집
※ 騰騰天地內
무엇이? 一小刀가
● 盡 다할 진, 진력할 진
3. 죄다. 다.
盡莫不然 <墨子>
진막불연
4. 멋대로. 뜻대로.
盡 唐人詩 盡君花下醉靑春 <正字通>
진 당인시 진군화하취청춘
동의자 儘
침굉현변선사님!
중국의 誌公和尚(지공화상)님께서는
“머리털은 몇 치가량 기르고
항상 맨발로 다니면서, 석장 하나를 들었는데
그 끝에 가위와 한 척 크기의 거울을 걸고,
한두 척 길이의 비단을 매달았다.”
(『空谷集』 12則「評唱」 卍117 p.545b11.
髮長數寸, 常跣足行, 執一錫杖,
頭挂剪刀及尺鏡, 懸一二尺帛子.);
“지공은 한가한 화상이 아니었으니,
가위가 언제나 침상 머리에 놓여 있었다.”
(『圜悟語錄』 권17 大47 p.795c11.
誌公不是閑和尚, 剪刀只在臥床頭.)
하셨다던데
침굉현변선사님께서도
주무실 때도 늘 무엇이건 잘라 없애는 가위를 두신
지공화상님처럼
사람의 왕래 드문 유거에 거하시지만
작은칼 하나 항상 지니시면서
한 치의 빈틈도 없이 삶을 영위하셨으니
천지가 집 아닌 곳이 없으셨군요.
고려의 진각국사님께서는
칼과 그 씀씀이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는데
"달마대사가 인도에서와
특별히 이 일을 널리 전한 뜻은
오로지 말로 드러내기 이전에
재빠르게 알아차리고
구절로 표현되지 않는 영역에서 자유롭게 노닐며,
지름길로 목적지에 오르고
점차적 단계에 떨어지지 않는자를 찾기 위한 것이었을 뿐이다.
이러한 일을 감당하고자 하면
반드시 이러한 경지에 오른 사람이라야 한다.
만약 이러한 경지에 오른 사람이라면
이러한 일을 함에 무슨 어려움이 있으리오?
이에 뜻을 둔 사람은 평범한 생각에 얽매이지 말고
사자의 근력과 코끼리의 힘을 갖추어
한칼에 두동강을 낼 듯한 기세를 갖추고
몸과 마음을 맹렬하게 무장하여
이전에 입고 있던 악취가 밴
퀴퀴한 적삼°과 때에 찌든 모자를 벗어버리고
하늘과 땅을 뒤덮을 듯한 기염을 토해내면서
부처와 조사를 뛰어넘는 위광을 발휘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야 이웃에게 본보기가 될 자격이 있는 것이다.
(중략)
운문은 칼을 빼어 들고 문을 지키는 것과 같이 하여
저절로 속박된 몸이 벗어날 길이 있게 되었고,
임제는 취모검을 쓰고 나서
급하게 다시 칼날을 간다고 했다."
祖師西來, 特唱此事, 只貴言前鷹突,
句外鵬搏, 直拔超昇, 不落階級者耳.
欲當伊麽事, 須是伊麽人. 若是伊麽人,
何難伊麽事?
有志於是者, 不繫常情,
直須師子其筋, 象王其力, 打辨一刀兩段,
猛利身心, 擺撥從前鶻臭布衫°, 灸脂帽子,
放出盖天盖地之氣焰, 發揮超佛越祖之威光.
然後, 可與比隣, 堪爲種草.
(중략)
雲門如當門按劒, 自有出身路,
臨際吹毛用了急還磨.
~ 示藏上人 中 - [眞覺語錄]
■ 골취포삼(鶻臭布衫)°은
중국 서북방족인 회골족(回鶻族)의
악취가 스민 퀴퀴한 삼베옷을 가리킨다.
불법의 냄새를 풍기는 것,
즉 교조적 관념에 휩싸여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비유적으로 비판하는 말이다.
철저하게 모든 상(相)에서 벗어나야
깨달음을 성취할 수 있음을 뜻한다.
침굉현변선사님!
선사님이 지니신 하나의 작은 칼날
그 씀씀이가 진각국사님께서 말씀하신
본보기 되고도 남는군요.
변변한 칼날 하나 없는 후학 성진
선사님께서 쓰시던 작은 칼 물려받아
허공에 갈아 광을내어 봅니다.
'선시(禪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示李少卿(시이소경) / 懶翁惠勤(나옹혜근) (0) | 2015.09.19 |
---|---|
還鄕曲 (환향곡) / 淸虛休靜(청허휴정) (0) | 2015.09.18 |
無位眞人(무위진인) /靑梅印悟(청매인오) (0) | 2015.09.18 |
偶吟 우연히 / 靜觀一禪(정관일선) (0) | 2015.08.07 |
示繼雨法師 (시계우법사) / 逍遙太能(소요태능) (0) | 2015.08.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