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 관계글

寄虛舟長者(기허주장자)의 의미

경성 성진 (鏡惺 聖眞) 2019. 8. 2. 20:37

 

 

 

 

경허선사께서 견성하신 뒤 천장암에서 보임하실 때 전등(傳燈) 법맥이 끊어진 뒤라

경허선사께서 당시 선지식으로 이름난 공주 마곡사(麻谷寺)의 허주(虛舟) 스님에게 

다음의 게송을 제자 혜월(慧月) 스님에게 분봉(分蜂)할 때 벌을 받는 "짚벙거지" 하나와 

"작대기" 하나를 보내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지금 허주 대사가 선지식으로 이름을 날리고 마곡사에 있으니 이것을 갖다 주게.

그리고 이것  경허가 법물(法物)의 신표(信表)로 보내는 것이니, 그리 알고 받으라고 이르게.

하여간 나도 위에나 아래나 사법처(嗣法處)가 있어야 할 것이 아닌가. 그런즉 그렇게 하소.”
혜월 스님이 경허선사님의 분부대로 그 "짚벙거지"와 "작대기"와 게송을 허주 스님에 전해 주었더니,

허주 스님이 크게 노하였다.
“미친 녀석 같으니라고 젊은 놈이 견성했다고 날뛰더니

또 이것을 법물이라고 이 늙은 사람에게 전하더란 말이냐.

이 허주는 그러한 것을 받는 사람이 아니라 하더라고 경허에게 가서 이르게.

시큰둥하고 건방진 녀석 같으니라고.

요새 소위 참선을 좀 한다고 날뛰는 선객들은 이러기 일쑤란 말이야.”
이 말을 전해들으신 경허선사께서는 탄식하시며 말씀하시었다.
“허, 허주가 그래도 무던한 줄 알았더니 맹꽁무니였구나.

그만두어라. 그가 무얼 안다면 내가 그를 수법사(受法師)로 삼으려 하였더니,

함께 말할 만한 사람이 못 된다.

그런즉 후일에 나의 제자들은 용암 장로(龍巖 長老)로써 나의 수법사를 삼아서 법맥을 따지게 하고

동학사 만화(萬化) 노장으로 나의 수업사(受業師)를 삼게 하라.” ~ 김태흡의 <인간경허(人間鏡虛)>참조


경허선사께서는 <비밀부호>가 담긴 이 게송과 이 게송을 쓰신 의도를 

당시 선지식으로 이름난 허주(虛舟) 스님께서 이해한다면 

수법사(受法師)로 삼으시려는 의도도 아주 조금은 있으셨을 것입니다.

그런 연유로 일반사람들은 전혀 해독하기 힘든 <비밀부호>로 "기허주장자"를 쓰시고

 - "내가 노장의 살림살이를 다 알고 있습니다.

장사치로써 장사를 잘하시어 노장의 "살림살이"가 넉넉하시니 한살림 떼어주시면

사법처(嗣法處)가 없는 내가 노장을 수법사(受法師)로 삼겠습니다" 라는 의사 표명과 함께 

- 한살림 떼어달라고 분봉(分蜂)할 때 벌을 받는 "짚벙거지" 하나와 "작대기" 하나를 보내셨던 것입니다.

그러나, "천지이법(天地理法)"에는

도(道)에 "타협"이나 "적당히"라는 단어가 용납될 수가 없으므로

이 게송의 결론처럼 종국은 허주와 양립(兩立)할 수 없게된 것입니다.

 

 

 

寄虛舟長者(기허주장자)
   ~ 허주 장자에게 부침
   / 鏡虛惺牛(경허성우)



因筆及此心緒亂 인필급차심서란
遮箇境界共誰伊 저개경계공수이
鵠白烏黑心言外 곡백오흑심언외
無生佛兮有山水 무생불혜유산수

글 지어 미치게 하려는 연유의 이 마음 실마리 어지럽고
이 낱 경계 누가 함께 할 수 있겠습니까?
흰 백조(든) 검은 까마귀(든) 그 마음은 언외에 (있으니)
산 부처님은 아니 계시고 산수는 있군요.

* 解譯 : 鏡惺 聖眞 (경성 성진)


● 寄 부칠 기
~ 당대 선백(禪白)으로 명망이 높던 허주스님에게
  글을 부치시며 왜 寄자를 쓰셨을까?

■ 長者 장자
1. 윗사람, 어른  
2. 덕망(德望)이 있는 노성한 사람  
3. 거부(巨富)의 속칭(俗稱)
~ 왜 선백, 선사, 그도 아니면 선원의 용어가 많은데도
  하필 長者로 칭하셨을까?

¤ 因筆及此心緒亂 인필급차심서란
글 지어 미치게 하려는 연유의 이 마음 실마리 어지럽고
~ 심중의 뜻을 글로 지어 부치어
  상대방이 내 뜻을 알게 하려니
  이런 마음으로 쓰는 글 실마리 잡기 어지럽다
= 많은 어지럼 속에서 이 글을 쓰셨음을 추정할 수 있음

° 어지러운 이유는?
~ 후술된 연유로

¤ 遮箇境界共誰伊 저개경계공수이
이 낱 경계 누가 함께 할 수 있겠습니까?
~ 함께 할 수 있는 이 없음을 비유 표현

¤ 鵠白烏黑心言外 곡백오흑심언외
흰 백조(든) 검은 까마귀(든) 그 마음은 언외에 (있으니)
~ 외견, 외모와 관계 없이 그 마음은 말 밖에 있는 것이니
= 말씀(법문,글)은 잘하시는데 마음 보시지 못하셨으니

¤ 無生佛兮有山水 무생불혜유산수
산 부처님은 아니 계시고 산수는 있군요.
~ 장자님께서는 생불이 아니십니다.

비록, 선사님 젊은 시절 쓰신 글로서
자성(自性)을 밝혀 자등명(自燈明)하신 이가
그렇지 못한 이에 대하여 내려치는
냉엄하고 날카롭고 통철(通鐵)한 할과 방이지만
자비의 광명이 함께하는 따스한 선기(禪氣)가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