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시(禪詩)

有感(유감) / 鏡虛聖牛(경허성우)

경성 성진 (鏡惺 聖眞) 2020. 5. 30. 22:30

 

有感(유감)
/ 鏡虛聖牛(경허성우)

搔首悵然念君去 소수창연염군거
留之不得我心愁 유지무득아심수
堪苦齋粮深雪裏 감고재량심설리
爲憐携酒硬氷頭 위련휴주경빙두

事上攸宜如未達 사상유의여미달
道中至妙豈能求 도중지묘기묘구
炎凉世路經過了 염량세로경과료
山自蒼茫水自流 산자창망수자류

틀림없이 원망하는 마음을 두고서
머리 긁적이며 그대 간다 (하는데)
만류하지 못하는 내 마음도 시름겹구려
괴로움을 참고 깊은 눈 속에서 식량을 시주받고
근처에서 굳은 얼음(판 길) 술 들고 (오는 것도) 가련하였소

윗 (사람 모시는) 일은 당연히 하여야 하는 바
곧 (이일에) 미달이면
묘한 도의 중심에 이르는 일을 어찌 능히 구하리오
염량한 세상의 길을 다 겪고 나서야
산 스스로 창망하고 물 스스로 흐른다는 것을 (알게 되리오)

* 解譯(해역) : 鏡惺 聖眞 (경성 성진)


■ 事上 사상
◇ 참조
事上之道 사상지도
윗사람을 받들고 섬기는 도리(道理)

■ 未達 미달
어떤 한도(限度)나 표준(標準)에 아직 이르지 못함

■ 炎凉 염량
1. 추위와 더위  
2. 세태(世態)를 판단하고 선악과 시비를 분별(分別)하는 슬기

3. 세력(勢力)의 성(盛)함과 쇠약(衰弱)함
◇ 참조
炎凉世態 염량세태
「뜨거웠다가 차가워지는 세태(世態)」라는 뜻으로,
권세(權勢)가 있을 때에는 아첨(阿諂)하여 좇고
권세(權勢)가 떨어지면 푸대접(-待接)하는
세속(世俗)의 형편(形便)

■ 蒼茫 창망
1. 물이 푸르고 아득하게 넓은 모양(模樣)  
2. 넓고 멀어서 아득함



아직 개안(開眼)하지 못한 안목이나 세속적 안목으로
어찌 도인의 일이나 행태를 판별하리오.

열리지 못한 안목으로나 세속적 안목으로 보는 관점으로
말로는 형언하지 못할 정도의 행태를 보이신데다가
일반세상 평판의 좋지않음이 극에 다름에 이르러
명망 높던 도인에게 한 수 배우러 왔다가
도인의 명망이 하루 아침에 무너지고
더구나 소견이 아직 열리지 못한 본인의 안목으로 볼 때도

파계만 일삼는 미치광이 인데다 술 주정뱅이 취광승인 경허선사님에게

무지한 원망을 마음에 품고서 떠나는 수행자에게

떠날 때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진면목의 일부를 드러내며

이 수행자에게 ㆍ너는 미달! 이라시면서 자비의 할과 방을 내려치시는 선사님!
이 수행자에게 이런 특별한 지비의 할과 방을 내려치실 때에는
그만한 연유가 있어서 이겠지요.

도인이라면 일반적으로
개안하지 못한 안목이나 세속인의 안목으로는
그들의 안목으로 볼 때도
그들 기준에 가장 도덕률이 높고
가장 계율이나 법을 잘 지키며 사는 사람들이라고
그들은 알고 있을 것이나,
개안한 사람들은 세속적 안목은 개의치 않고
오직 도의 관점으로만 살아가는 사람들이라
세속적 안목으로는 어떤 행위는 성인보다 더 존귀해 보이고
또, 어떤 행위는 짐승보다 더 못해보이는 행위도 있을것입니다.

그분들이 그런 행위를 하실 때에는
그만한 연유가 있을 것이니
아직 개안하지 못한 안목이나 세속적 안목으로
그분들의 행위를 보고 판단을 하는 것은
경허선사님의 말씀처럼
세상을 다 살고 죽어서야 이런 일의 결과를 알 것입니다.

이제 빛이 되게 하소서!